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문단 편집) === 도쿄전력의 그녀는 왜 성매매를 했는가? === [[1997년]] 3월 19일에 [[도쿄전력 여직원 살인사건]](東電OL殺人事件)이 벌어지자, 수많은 언론매체에서 앞다투어 이 사건을 보도했다. 시부야 거리 한복판에서 발견된 여성은 [[도쿄전력]]의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라고 믿어지던 인물)이었고, 알고보니 그녀는 낮에는 직업여성, 밤에는 매춘부가 되어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남성 행인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지 않겠느냐고 직접 호객행위를 하는 이중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그녀는 아마도 성매매 직후 고객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보였는데, 처음에는 곧바로 외국인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라고 여겨졌지만, 뒤늦게 [[DNA]] 검사를 해 본 결과 무고한 사람을 몰아갔다는 게 밝혀져서 [[미제 사건|진범은 알 수 없게 되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이 사건은 저널리스트 사노 신이치(佐野眞一)가 논픽션을 써서 다시금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나무위키 문서도 함께 읽어보자. 이 사건에 얽힌 미스터리는 2가지였는데, 첫째로는 '''어째서 멀쩡하게 사회생활을 하던 엘리트 여성이 남몰래 성매매에 중독되어 갔는지,''' 둘째로는 '''그녀를 죽인 범인은 대체 누구인지'''의 의문이 해소되지 않던 상태였다. 사노의 책에서는 2가지를 모두 언급하면서도 우선적으로는 후자에 관련된 법정 공방에 더 초점을 맞추었는데, 전자의 의문에 대해서도 정신과 의사와의 대담을 통해서 모색하기는 하지만 사노 본인조차 알쏭달쏭해하는 상태로 책을 마무리했다. 피해자의 학력과 경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피해자의 경제적 사정 역시 불가피하게 장기적으로 성매매에 나서야 할 정도로 열악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일터에서도 여성 고급 인력으로서 안정적인 지위를 갖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거식증]]을 앓고 있었고, 늘 회사에서 [[칼퇴근]]을 한 뒤에는 짙은 화장에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밤거리를 돌며 자신과 잠자리를 가질 남성을 구하러 다녔다. 보통은 5천 엔 정도를 부르긴 했지만, 남성 측이 돈이 없어 보일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2천 엔까지도 가격을 흥정했다. 어느새 성매매는 그녀의 새로운 일상이 되어 갔고, 마침내 회사 사람들도 그녀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게 될 무렵에 괴한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사람들은 그녀가 이렇게까지 성매매에 탐닉해야 할 이유를 도저히 찾지 못했다.''' 사노의 논픽션 《도쿄전력 OL 살인사건》 등 몇몇 문헌들을 참고할 때, 많은 사람들은 "그녀는 현대의 여성으로서 개인적인 직업적 성취도 이루어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성으로서의 '본분' 역시 다해야 한다는 이중의 중압감 속에서 길을 잃었다"고 보았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기리노 나쓰오(桐野夏生)의 《그로테스크》 에서도 최고의 자리를 향한 여성 간의 경쟁과 권력 암투가 묘사되는데, 피해자가 '여성들 사이에서 받는 인정'과 "남성들 사이에서 받는 인정'이라는 2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또한 사노 신이치는 정신과 의사의 자문을 받아서 그 동기를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하려 한다. '''아버지에게 고착된 딸이 자기처벌을 하려는 욕망'''이라는 것. 그에 따르면, 딸들은 아버지를 본받고 싶어할 때 자기 자신의 육체가 진정한 아버지의 상에 도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발견하고, 이 때문에 자신이 아버지의 기대를 배신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때 딸들이 자기 자신의 신체를 처벌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고의적으로,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함으로써 스스로의 신체의 가치를 시궁창에 버리는 것으로, 일본의 많은 정신분석학자들은 [[원조교제|청소년 성매매 문제]]를 다룰 때 실제로 청소년들의 심리를 이 관점에서 분석한다고 한다.[* 남성성을 연구하는 사회학자 미야다이 신지(宮台眞司)는 원조교제에 대하여, 성매매에 나서는 청소년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받지 못한 인정과 애정, 칭찬을 성매수 남성들로부터 얻으려 하는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저자는 이 주장에 대해서 미성년자들을 범하려는 남성들이 자기 죄책감을 면책 받기 위해서 여자아이들의 심리에 대한 또 다른 판타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대차게 깠다(…).] 여기서 저자는 제3의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먼저 '''피해자가 당시 성매매 여성들의 평균 시세에 한참 못 미치는 헐값을 선제적으로 제시했다는 데 주목한다.''' 당시 일반적인 성매매 여성들은 하룻밤에 3만 엔, 그 지역의 청소년 원조교제의 경우에는 하룻밤에 5만 엔[* 시세에 2만 엔의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청소년의 신체가 "금기시된 몸" 이기 때문이라며, 청소년의 섹슈얼리티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근대적 믿음이 약한 시골 지역들일수록 청소년 성매매와 성인 여성 성매매 사이의 화대의 가격 차이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에 달했지만, 피해자가 선제시(?)한 자신의 몸에 매긴 가격은 불과 5천 엔, 심하게는 2천 엔까지 기꺼이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헐값이었다. 이 금액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저자는 '''여성 대중들이 짐작하는 이유가 남성 대중들이 짐작하는 것과 차이가 있음을 지적한다.''' 남성들은 이런 금액을 보고 "[[정신분석학|자기 신체에 대한 처벌입니다]]" 라고 설명하려 했지만, 사노의 논픽션에 대해 독자 투고 편지를 보낸 한 여성은 오히려 '''"그녀는 상대방 남성의 욕망에 가격을 매기고 있었던 거겠죠"''' 라는 새로운 관점을 내비쳤다. 저자에 따르면 "그녀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는 여성들의 편지가 일본 전역에서 빗발쳤다고. 저자가 보기에 성매매 여성들은 성매매 행위에 임하는 순간에나마 '''일시적으로 성적 주체가 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그 행위의 대가로 자신이 금전적 보상을 확실히 받을 수 있다는 전제가 따르며, 어디까지나 누군가의 아내로서의 평범한 여성들과 비교할 때 더 주체적이라는 의미다. 저자에 따르면, 아내들은 남편의 [[섹스]] 요구에 응해야 할 (근대적으로 확립된) 도덕적 의무를 갖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손님이 만족스러운 금액을 내놓기 전까지는 얼마든지 "No" 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카무라 우사기(中村うさぎ)는 《나라고 하는 병》 에서 "설령 남성들의 욕망의 대상이 된다 해도, 나는 그렇게나마 주체적인 인간이 되고 싶다" 는 여성들의 심리를 잘 그려낸 바 있다. 성매매를 성립시키기 위해, 성매매 여성들은 자신이 바라는 금액을 제시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막상 그 권력을 가진 여성들이 어째서 자신의 신체를 그렇게 헐값으로 부르게 되는 것인가? 저자는 앞서 언급한 독자 투고 편지가 옳았다고 말한다. 남성이 여성에게 지불하는 돈은 남성이 자신의 성매매 행위에 매긴 가격이기도 하며, 성매매 여성의 성적 매력을 값싸게 부를수록 그런 성매매 여성에게 성욕을 느끼는 자신의 욕망에 대해서도 값싸게 부르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처벌 가설만으로는 온전한 설명이 못 된다. 그에 더해서, 가격을 낮게 불렀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자신의 몸을 사는 남성의 가치 또한 여성이 그만큼 낮게 본다'''는 것이며, 자신의 신체를 처벌하는 동시에 상대방 남성의 욕망까지도 처벌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보아야 한다. 쉽게 말해, "너는 내가 그런 헐값을 주어야 할 만큼 아름답지 못한 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내 몸이라도 필요할 만큼 네 갈급한 욕망이 하찮은가 보구나" 라는 성매매 여성들의 일시적인 우월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반대의 예를 들어 보자. 성노동자 업계에서 소위 '프로' 로 통하는 몇몇 [[절륜]](?)한 여성들이나, 혹은 [[높으신 분들]]의 전용 에스코트를 맡는 고급 '[[콜걸]]' 들은 정말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은 일차적으로 그녀들이 제공할 수 있는 성적 서비스들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엄청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이 손님을 받을 때 남성에게 정을 주는 시늉을 하고 거짓 이야기를 지어내기 십상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오빠는 다른 손님들보다 젠틀하고 좋은 사람 같아요", "다른 손님들은 받아주기 싫은데 오빠는 기다려져요", "오빠한테는 저도 모르게 제 힘들었던 과거 이야기까지 다 털어놓게 돼요", "오빠가 격려해 주시는 것 같아서 고마워요" 같은 달콤한 말들을 속삭이는데, 그 바닥 업계의 상식에서 보면 '''그거 다 그만한 돈을 받았으니까 본심에도 없이 거짓으로 지어내는 립서비스라는 것(…).'''] 하지만 이런 여성들이 비싼 돈을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몸이 욕망의 대상이 되기에 가치가 크다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다른 사회적 신호도 갖게 된다. 즉, 그런 가치 있는 몸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상대방 남성의 지위가 높다는 것, 상대방이 성공한 사람이라는 것, [[높으신 분]]이라는 것, 자신의 몸조차 허용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욕망이라는 것을 인정해 주는 의미도 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성기환원주의'''에 입각하여 분석을 시도한다. 성매매 여성과의 섹스에 매겨지는 화대는 여러 가치들에 대한 금전적 환산의 합이 될 수 있다. 즉 위의 콜걸의 사례의 경우 눈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몸의 가치, 정서적인 대화(라고 믿어지는 립서비스)의 가치, 우월한 성적 테크닉의 가치, 그리고 남성이 가장 원하는 [[질]]로서의 가치의 합산이 그녀의 가격이 된다. '''성매매 여성에게 매기는 값어치가 감소한다는 것은, 곧 질로서의 가치를 제외한 다른 모든 부가가치들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쿄전력 여직원이 2천 엔을 불렀을 때, 이 금액은 순전히 그녀의 질이 갖는 성적 가치 그 자체였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저자에 따르면 그녀는 [[거식증]] 환자였기에 막상 섹스를 시도하던 남성들도 그녀의 깡마른 몸을 보고는 놀라서 한 발짝 물러서게 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정말 질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면 상대해 줄 이유가 없었던 성노동자였던 것. 부가가치가 제외된 질 그 자체, 여성들이 자조하는 '고깃덩이로서의 몸', 일부 [[꼴마초]] 남성들이 생각하는 "어차피 창녀들은 전부 남자가 먹어 주기를 기다리는 [[보지]]들에 불과해" 라는 인식, 이런 것들은 한 명의 여성의 가치를 [[오나홀|단순히 남성의 페니스가 삽입되어야 마땅할 장소인 질]]의 가치로서만 환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성매매 여성들을 향한 성매수 남성들의 멸시다.''' 그런데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런 취급을 받는 성매매 여성들도 남성들을 멸시한다" 고 제안한다. 입장을 바꾸어 보면, 페니스의 질내삽입만을 원하여 2천 엔이라는 헐값조차 감수하고 섹스를 시도하는 남성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그때 '''그 남성의 존재 의의는 오로지 페니스 외에는 없어지게 된다.''' 하잘것없는 값싼 욕망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들어온 이상, 그 남성의 페니스(가 갖는 흥분 및 욕망)의 가치 역시 2천 엔밖에는 되지 못한다는 것. 성노동자들은 손님으로서 남성을 맞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욕망을 맞아들인다. 다시 말해, 성노동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자신들의 침실로 들어오는 손님은 한 명의 온전한 인간이 아니며, 욕망을 그득 담고 있는 남성의 페니스가 걸어들어오는 것일 뿐이다. '''성매수 남성이 성매매 여성을 성기로 환원할 때, 성매매 여성도 성매수 남성을 욕망 덩어리로 환원한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성매매 현장에서는 남녀가 상호간에 멸시하는 양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남성에게도 권력이 있고 여성에게도 권력이 있으니 양측이 서로를 상호간에 혐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혐오|남성이 여성을 혐오하는 동안]] [[남성혐오|그 여성도 남성을 혐오하게 되는]] 비극적인 쌍방 혐오의 현장이 바로 [[성매매]]인 것.''' 이를 바탕으로 정리해 볼 때, 도쿄전력 여직원은 물론 자기처벌적 동기도 있었을 것이고[* 실제로 피해자는 도쿄전력 입사 시절에 성공한 회사원으로서의 아버지에 대한 동경심이 존재했으며, 가문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버릇처럼 읊조렸다고 한다. 그러나 사노 등의 문헌에서도 보듯이, 도쿄전력은 여직원을 다루기 굉장히 곤란해하는 남성중심적 기업문화를 갖고 있었고, 피해자는 점차로 회사 내에서 고립되어 갔다고 한다.] 상반되는 기대에 모두 부응하기 위해서 애써야 했지만,[* 실제로 피해자는 독립해서 자기 삶을 꾸려 가며 지내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모시는 딸로서 생활해야 했다고 한다.] 구태여 초저가의 화대를 불러 가면서 남성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몸을 함부로 팔았던 이유에는 '''그런 문란한 삶을 통해서 자신에게 헐떡이는 남성들의 욕망을 조롱하고, 자신을 직장에서 멸시하던 남성들을 자신이 멸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스스로 선택했던 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에서 고립되어 갈수록 더더욱 강박적으로 성매매에 탐닉했던 것, 마지못해 값을 깎은 게 아니라 오히려 자기 쪽에서 필사적으로 가격을 깎고 싶어서 애를 썼던 것 등이 그 징후라는 것. 이것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뭇 여성들의 어렴풋한 공감대, 특히 성매매 여성들의 경험담과 회고 등에 더욱 정확하게 어울린다는 게 저자의 제안이다.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